"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(부제: 강용심 프로젝트의 시작)"
소향 ‘바람의 노래’ 에는 아래 가사가 있다.
“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,
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.”
세상에는 인간의 의지로 막을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다.
장애, 미숙아의 탄생, 자폐, 중독, 한부모의 삶,
갑작스러운 사고, 전쟁, 재난, 불운과 상실.
누군가는 견디고, 누군가는 무너지고,
누군가는 기도 끝에 기적을 만나는 것처럼 보이지만,
또 누군가는 아무리 간절히 빌어도
끝내 닿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.
그 거대한 불확실성 앞에서
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어쩌면 많지 않다.
설명할 수도 없고, 함부로 판단할 수도 없고,
완전히 막아낼 수도 없다.
그래서 우리는 받아들여야 한다.
하지만 받아들인다는 것은 무감각해진다는 뜻이 아니라,
오히려 더 깊이 사랑하는 쪽으로 가는 일이어야 한다.
아직 내 가정에 닥치지 않은 불운에 감사하고,
아직 내 삶이 무너지지 않았음에 감사하는 것.
그리고 그 감사를 나만의 안도감으로 끝내지 않고,
지금 아파하는 타인에게 연민과 사랑으로 건너가는 것.
돌이켜보면
내 삶에도 통제할 수 없었던 불운의 시간들이 있었다.
어린 시절 겪어야 했던 지독한 가난과 가정의 불화,
그리고 일찍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.
그 불행의 궤적 속에서
나는 그저 '어떻게든 잘 살고 싶다'는
마음 하나로 발버둥 쳤다.
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목적 없는 분투 속에서,
나는 불안을 달랜다는 핑계로 매일 술과 담배에 기댔다.
그것은 잘 살고 싶다는 나의 간절함과 정반대로,
도리어 불안한 나를 더 깊은 불안으로 몰아넣는
지독한 '자기 파괴'였다.
무가치하게 허공으로 흩어지듯 사라진 하루 4,500원. 그 돈이 십수 년이 지난 지금
2천만 원이라는 거대한 숫자가 되었다.
술에 기대어 비틀거렸던 시간과 비용까지 더한다면,
나를 파괴하는 데 지불한 대가는
그보다 훨씬 컸을 것이다.
삶의 무게를 견디겠다며
스스로를 함부로 소모하고 버려두었던 그 행위가,
어떻게 나를 사랑하고
내 가족을 지키는 길이 될 수 있었을까.
...
그렇게 아프고 어리석었던 지난날을 지나,
문득 내 곁을 돌아본다.
아내와 이제 막 세상의 빛을 본 작은 아이가
새근새근 숨 쉬고 있다.
이 평온한 일상이
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뼈저리게 깨닫는다.
내게 다시 닥치지 않은 시련과 불행에
안도하는 것을 넘어,
그 모진 시간들을 지나
지금 내게 허락된 이 화목함이
얼마나 맹렬하게 감사해야 할 기적인지를
온몸으로 느끼게 된다.
언젠가 다시 삶에 불행이 닥쳐오더라도,
이제는 그것이
나를 스스로 파괴하는 이유가 되게 두지 않으려 한다.
나를 미워하고 파괴하는 것은
결국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일이니까.
나를 지키는 것이
곧 내 가족의
이 기적 같은 일상을 지키는
유일한 길임을 이제는 안다.
그래서 나는 그 오랜 파괴의 습관을 온전히 끊어낸다.
그리고
매일 불안을 핑계로 허공에 태워버리던
그 4,500원의 의미를 완전히 뒤집어보기로 했다.
나를 갉아먹는 데 쓰던 그 돈을,
세상의 불운 앞에서 힘겨워하는
누군가를 살리고 위로하는 데 쓴다면 어떨까.
가장 무가치하게 사라지던 재화가
누군가의 차가운 현실을 데우는 따뜻한 온기로
바뀔 수 있다면,
그것이야말로 내 과거의 어리석음을 끊어내는
가장 완벽한 마침표가 될 것이다.
어쩌면 사랑이란 행복한 것만 끌어안는 마음이 아니라,
이해할 수 없는 슬픔과 부조리 속에서도
끝내 미움 대신 연민을,
파괴 대신 보듬음을
택하려는 굳건한 의지인지도 모른다.
나를 훼손하지 않고 단단하게 지켜내는 것.
그렇게 나를 온전히 사랑할 때
비로소 타인을, 이웃을,
그리고 내 세상의 전부를
기꺼이 안아줄 수 있음을 배운다.
그래서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,
나는 정말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.
오늘, 이 문장의 무게를
온전히 나의 삶으로 살아내려 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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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를 파괴하던 하루 4,500원.
한 달이면 모이는 13만 5천 원이라는 돈은
세상의 거대한 불운을 막아내기엔
한없이 작고 소박한 금액입니다.
하지만 저는 이 작은 돈으로 당장 이번 달부터,
내 주변의 차가운 현실을 데울
작고 확실한 온기를 직접 만들어가려 합니다.
대단한 위로나 거창한 구원은 아닐지라도,
제가 끊어낸 어리석음이
누군가의 삶에 어떤 따뜻한 흔적을 남기는지
묵묵히 기록하고 증명해 보겠습니다.
이 기록이 쌓이고 쌓여,
언젠가 당신의 삶을 갉아먹는 아픈 습관들도
타인을 향한 따뜻한 사랑으로 바뀌는
'작은 문화'가 되기를 꿈꿔봅니다.
나를 지켜내고 세상을 보듬는
이 길고 묵직한 여정의 시작을,
부디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 주세요.